에반게리온 신세기

 

“SF 액션을 소재로 남의 이야기를 하는 이런 미친 애니메이션이라니”

이 애니메이션을 본 건 생각보다 좀 늦었어.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 애니메이션이 화제가 된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흔히 말하는 재패니메이션이 한창일 때, 공각기동대를 비롯한 각종 이야기를 들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애니메이션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한 번 보면 전혀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덕분에 수많은 오타쿠를 양산한 이 애니메이션. 아니나 다를까 일단 보고는 시리즈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그 세계관.

지구에는 괴물이 몰려오는데 이를 사도라고 부른다.이것들을 물리쳐야 할 집단이 지구에 존재하는데, 그것은 네르프라는 기관.괴물과 싸우는 무기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에반게리온이라는 거대한 로봇이다. 그 로봇 안에 사람이 타야하고, 그 사람과 로봇이 동기해서 움직이지만, 그 안에 타는 사람은 모두 아이들.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 자라면서 수많은 고민과 실행 실수를 반복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 그런 어린이들이 로봇에 탑승하게 된다.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사도를 물리치고 아픔을 겪으며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러한 거대한 세계관을 그려놓고 그 속에서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성경의 모티브를 많이 차용해 매우 복잡하고 디테일한 설정들을 심어놓았다.그래서 이 세계관을 이해하고 무언가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듯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타쿠들이 태어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로봇과 괴물이 싸우는 것을 다루면서도 지금까지는 일본의 거대 인물이 다루는 듯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지구를 지키는 로봇과 괴물의 싸움이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그 로봇을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아이들. 아직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면서 사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그렇게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고-물론 어른이 된다고 해서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생각을 채워가는 아이들. 주인공의 ‘이카리 신지’를 통해 그런 고민들이 자주 보인다.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관계를 맺지 못했고, 이는 아버지만이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친구는 물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다가가지도,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는 주인공. 조금 답답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만히 보면 결국에는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주인공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진다.살아가는데 대한,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 내면 속에 숨어 있던 자아는 밖에 나가고, 그러고 나온 자아와는 관계를 맺다.그 관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다시 규정하게 되고,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달걀 깨서 나와

용기를 내서 밖에 나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것.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당시를 떠올려 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다.디테일한 그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함의와 그 함의를 표현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구조.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고, 정말 말 그대로 재패니메이션의 멋스러움을 느꼈다.

한 번 보면 우선 재미있고, 두 번 보면 디테일을 찾고, 세 번 보면 그 함의의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그런 애니메이션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바로 넷플릭스를 열고 세 번째 소감을 1화부터 다시 들어보자

근데 내일 촬영인데 괜찮을까?